유럽 제천 문화 2

[유럽 제천④] 슬라브 페룬 숭배 — 천둥으로 권위를 세운 신

1. 서론 — 천둥과 함께 태어난 권위의 신슬라브족의 대지 위에 울려 퍼지던 천둥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신의 분노이자 질서의 경고로 여겨졌습니다. 동유럽·중유럽 전역에 퍼져 있던 슬라브족은 기원후 6~7세기 무렵부터 오늘날의 우크라이나·폴란드·벨라루스·러시아 서부 일대에서 집단적 정착과 국가 형성을 시작했는데, 이 무렵에 등장한 것이 바로 '페룬(Perun)'입니다. 그는 하늘의 꼭대기에 앉아 번개와 폭풍, 전쟁과 맹세를 주관하는 신이었고, 슬라브 세계를 지배하는 최고신으로 숭배되었습니다. 페룬 숭배의 발생 시기는 이처럼 슬라브족의 국가적 정체성이 막 움트던 6~7세기경으로, 인도유럽계 천둥신 계열(게르만의 토르, 그리스의 제우스, 인도의 인드라)과 계보적으로 연결되지만, 슬라브인들은..

[유럽 제천①] 켈트 드루이드와 스톤헨지 — 유럽 제천의 문을 연 기억

1. 서론 —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하늘의 무대유럽의 고대 제천문화를 논할 때, 우리는 흔히 그리스의 올림포스 신전이나 로마의 유피테르 사원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유럽의 하늘 숭배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 문자도 국가도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 기원을 더듬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 남부 솔즈베리 평원에 자리한 '스톤헨지(Stonehenge)'입니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약 천 년에 걸쳐 세워진 이 거대한 원형 석조 기념물은, 지금까지도 그 용도와 기능을 둘러싸고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천문 관측소, 조상 숭배지, 왕릉, 치유 성소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었지만, 가장 설득력 있게 지지받는 해석은 하늘과 태양의 질서를 기리는 제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