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 3

근현대 소공동: 호텔과 상권의 이야기

1. 환구단 옆에서 시작된 100년의 이야기 — 조선호텔의 변신과 확장1914년 10월, 소공동 환구단 일부 터에 ‘조선호텔’이 문을 열었다. 대한제국 시절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제단이 있던 자리였던 만큼, 개관 초기부터 이곳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근대적 환대(歡待)의 공간’이자 조선의 대외 창구로 기능했다. 일본 철도청이 건립한 이 서구식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였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고, 프랑스식 레스토랑 ‘팜코트’(현 나인스게이트), 서양식 뷔페 ‘갤럭시’(현 아리아) 등 당시 조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대식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는 조선이 국제무대에 발맞추려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건축 설계는 독일계 건축가 게오르그 데 랄란데(Georg de L..

환구단 이야기 2025.08.13

소공동과 환구단의 역사적 풍경

1. 소공동의 지리와 이름 유래서울의 중심부, 중구에 자리한 소공동은 동남쪽으로 남대문로, 서쪽으로 태평로, 그리고 북쪽으로 을지로와 접해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오늘날 소공동은 금융기관과 백화점, 고급 호텔들이 밀집한 상업 중심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역사는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공동이라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작은 공주 골’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조선 태종의 둘째 딸인 경정공주와 깊은 연관이 있다. 경정공주의 부마였던 조대림의 집이 현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이 위치한 자리에 있었는데, 이 집터 주변 지역을 ‘작은 공주 골’이라 부르다가 이를 한자로 표기해 소공동(小公洞)이라 명명한 것이다. 경정공주가 살던 이 집은 단순한 사저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명나라 사신..

환구단 이야기 2025.08.12

환구단, 세계를 향한 제국의 언어

1. 외교 도시 한복판에 세운 제국의 제단1897년, 고종은 환구단을 조성하며 대한제국의 출범을 천명했다. 이는 단순한 국호 변경 이상의 의도였다. 대한제국은 스스로를 ‘자주 국가’, ‘제국’으로 선포함으로써 국제 사회에 대한 독립적 지위를 선언하고자 했다. 당시 제국이란 단순히 자국 내 통치 체제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곧 ‘세계 질서 속에서의 위상’을 의미했다. 고종은 환구단이라는 ‘하늘에 제를 올리는 제단’을 통해 자신의 제위가 천명(天命)에 기초한 정당한 황제임을 내외에 천명하고자 했다. 이 제단이 세워진 위치는 특별했다. 종묘·사직과 같은 전통 제례 공간들과 달리, 환구단은 정동—서양 열강의 공사관, 선교 시설, 외교 사절단의 중심지—한가운데 세워졌다. 이는 정치적, 외교적 신호였다. 고종은..

환구단 이야기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