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천 2

[아시아 제천⑤] 유목의 하늘, 텡그리 제례(몽골·카자흐)

1. 유목의 땅에서 하늘을 향한 제례가 태어나다아시아 대륙의 심장부에 펼쳐진 몽골·카자흐 초원은 사방이 지평선으로 끝나는 공간입니다. 산줄기나 수목이 드문 이곳에서는 땅보다 하늘이 더 크게 느껴지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대지보다 하늘을 더 절대적인 질서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농경 문명이 비옥한 토양을 숭배했다면, 유목 문명은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숭배한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것이 바로 텡그리(Tengri, ‘하늘’ 또는 ‘하늘신’) 중심의 제천 신앙입니다. 고고학과 문헌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1천년대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들(스키타이·사카 등) 사이에서도 태양·하늘·불을 숭배하는 전통이 있었고, 흉노(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는 한서 등의 사료에 ‘천(天)과 산천에 제사’를..

[아시아 제천④] 발리 갤룽간 – 신들이 지상에 머무는 열흘

1. 갤룽간의 기원 — 신들이 돌아온 날발리의 갤룽간(Galungan) 축제는 흔히 ‘신들의 귀환’으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이 표현에는 단순한 종교적 의례를 넘어서는 깊은 세계관이 담겨 있습니다. 갤룽간은 오늘날 발리력(Pawukon) 상 210일마다 돌아오며, 이날을 기점으로 신들과 조상 영혼이 지상에 내려와 열흘간 머문다고 믿습니다. 그 열흘 동안 마을 전체는 우주의 중심(부아나 아궁, Buana Agung)으로 전환되고, 인간은 하늘의 질서에 다시 편입됩니다. 갤룽간의 기원은 5~6세기 무렵 인도에서 유입된 힌두교가 9세기경 자바·발리 왕국의 국가 제례 체계와 결합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도 본토에서 힌두교가 전래되기 전, 발리에는 애니미즘·조상숭배·정령신앙이 공존했는데, 이후 힌두-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