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유목의 땅에서 하늘을 향한 제례가 태어나다아시아 대륙의 심장부에 펼쳐진 몽골·카자흐 초원은 사방이 지평선으로 끝나는 공간입니다. 산줄기나 수목이 드문 이곳에서는 땅보다 하늘이 더 크게 느껴지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대지보다 하늘을 더 절대적인 질서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농경 문명이 비옥한 토양을 숭배했다면, 유목 문명은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숭배한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것이 바로 텡그리(Tengri, ‘하늘’ 또는 ‘하늘신’) 중심의 제천 신앙입니다. 고고학과 문헌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1천년대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들(스키타이·사카 등) 사이에서도 태양·하늘·불을 숭배하는 전통이 있었고, 흉노(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는 한서 등의 사료에 ‘천(天)과 산천에 제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