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절된 의례와 기억의 공백서울 소공동의 환구단 황궁우는 오늘날 웨스틴조선호텔 뒤편의 작은 정원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고건축이 아니라, 19세기 말 대한제국이 하늘에 제를 올리며 국가의 정체성을 천명했던 제단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전통이 일제강점기라는 폭력의 시간을 거치며 완전히 끊겼다는 점입니다. 1913년, 일본은 환구단 본단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조선철도호텔을 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한 도시 개발이 아니라, 대한제국의 상징을 지우려는 의도된 행위였습니다. 이후 환구단 제례는 중단되었고, 종묘제례나 사직대제와 달리 해방 이후에도 복원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환구단은 교과서 속에서조차 희미하게 다뤄지며,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진 공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단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