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뒤편을 걷다가 뜻밖의 유적을 만났습니다. 번화한 도심 속 회색 빌딩 사이로 둥그런 흰 돌계단과 작은 팔각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환구단(圜丘壇)'입니다.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대한제국의 시작과 깊은 연관이 있는 제단으로, 고종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황제 즉위를 선포한 장소입니다. 도로 한복판에서 이렇게 유서 깊은 제단을 발견하는 순간, 서울의 다른 얼굴을 보는 듯했습니다. 1. 환구단의 탄생과 의의환구단은 1897년 대한제국이 성립될 때 조성된 천제단입니다. 이전까지 조선 왕조는 중국 황제에게 책봉 받는 사대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하늘에 직접 제사를 올릴 권한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고종은 외세에 맞서는 자주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한양 도성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