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구단과 천제 – 하늘에 제사 지내는 전통의 기원환구단이 대한제국 고종에 의해 1897년 설치되며 제국의 상징으로 등장했지만,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전통은 그보다 훨씬 오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고대 중국의 천자(天子)는 하늘에 제사를 올릴 권한을 가진 유일한 존재로 여겨졌으며, 이는 유교 국가에서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핵심 의례였다. 고려는 송나라의 유교적 제례 체계를 일부 수용했지만, 국왕이 직접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천제는 제도화되지 않았다. 조선 역시 오랜 기간 동안 황제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왕이 정례적으로 천제를 지내는 것은 시행되지 않았다. 다만 조선에서도 극히 예외적인 상황—국난, 대기근, 전염병 등—에서는 왕이 하늘에 제를 올리는 행위가 천제의 형식을 일부 차용하여 비정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