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 역사 2

환구단, 세계를 향한 제국의 언어

1. 외교 도시 한복판에 세운 제국의 제단1897년, 고종은 환구단을 조성하며 대한제국의 출범을 천명했다. 이는 단순한 국호 변경 이상의 의도였다. 대한제국은 스스로를 ‘자주 국가’, ‘제국’으로 선포함으로써 국제 사회에 대한 독립적 지위를 선언하고자 했다. 당시 제국이란 단순히 자국 내 통치 체제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곧 ‘세계 질서 속에서의 위상’을 의미했다. 고종은 환구단이라는 ‘하늘에 제를 올리는 제단’을 통해 자신의 제위가 천명(天命)에 기초한 정당한 황제임을 내외에 천명하고자 했다. 이 제단이 세워진 위치는 특별했다. 종묘·사직과 같은 전통 제례 공간들과 달리, 환구단은 정동—서양 열강의 공사관, 선교 시설, 외교 사절단의 중심지—한가운데 세워졌다. 이는 정치적, 외교적 신호였다. 고종은..

환구단 이야기 2025.08.01

[환구단과 정동 공간사②] 정치성과 이데올로기-대한제국기의 '권역 전략'

1. 정동, 외교와 권력의 경계선정동 일대는 단순한 행정·문화 지역이 아닌, 국제 외교와 제국 권위의 경계 지대였다. 이곳은 19세기 말부터 외국 공사관들이 집중되면서 '외교의 길목'이 되었고, 고종은 이를 적극 활용하여 열강과의 외교전 속에서 정치적 생존을 모색했다. 러시아 공사관과 미국 공사관이 나란히 자리한 거리, 그 틈에 위치한 정동교회와 배재학당, 그리고 중명전과 덕수궁은 그 자체로 대한제국의 권역 전략이 얼마나 외교 지형에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드러낸다. 정동은 내정(內政)과 외교가 만나는 실질적 경계 공간이었고, 대한제국은 이 공간을 통해 자신이 근대 국제질서의 일부임을 강변하고자 했다. 2. 외교 공간으로서의 중명전: 제국 외교의 전초기지1901년 덕수궁 화재 이후 고종은 중명전을 거처로 삼..

환구단 이야기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