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단 답사기

[환구단과 정동 공간사④] 현대적 재해석과 도시재생 과제

인포쏙쏙+ 2025. 7. 28. 20:04

1️⃣ 서울 도심 속 역사 공간, 환구단과 정동 권역의 현재 위치와 의미

대한제국기의 자주성과 근대국가 건설 의지를 상징했던 환구단과 정동 권역은 오늘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며 복잡한 역사와 도시 환경의 교차점에 놓여 있다. 1913년 환구단의 원형 제단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조선호텔이 들어서면서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급격히 상실되었고, 이후 공간은 상업시설과 민간 소유지로 전환되었다. 정동 권역 역시 일제강점기 동안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원래의 외교·교육·종교 기능이 봉쇄된 채 변화의 길을 걸었다.

현대 서울에서 환구단과 정동은 물리적 흔적이 일부 남아 있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역사적 기억이 희미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 권역은 단순한 유적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바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적 층위가 겹쳐진 장소로서, 대한제국기의 자주독립 의지, 일제 식민지의 억압과 저항, 그리고 해방 이후 민주화와 도시화의 기억이 교차하는 ‘기억의 장소’이다.

최근 들어 역사학자와 시민단체,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환구단과 정동 권역의 복원과 재해석을 통해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기억을 시민과 공유하고, 공간을 통한 역사 교육 및 문화적 소통의 장으로 재탄생시키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복원 작업을 넘어, ‘기억의 공간’으로서 시민 참여형 공공문화 공간 조성, 도시 환경과의 조화, 그리고 역사적 서사 재구성이라는 복합적 과제를 내포한다.

 

2️⃣ 도시재생과 역사적 공간 복원의 도전과 과제

 

환구단과 정동 권역의 도시재생은 역사적 의미와 현대 도시 기능의 조화를 요구하는 어려운 과제이다. 첫째, 환구단의 경우 원형 제단이 소실되고 단편적 유적만 남아있어 역사적 재현에 한계가 있다. 특히 환구단 터가 민간 호텔 부지에 포함되어 접근성이 제한적이며, 상업적 개발 압력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역사 공간으로서의 공공성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둘째, 정동 권역은 역사적 건축물과 교육·종교 시설이 일부 보존되었으나, 이들 시설 간의 연계성과 역사적 서사의 통합적 전시가 부족하다. 일제강점기 및 해방 이후의 도시 변화와 주민 생활상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단순 유적 보존을 넘어 도시재생의 사회문화적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도시 내 역사 공간이 현대적 문화시설, 관광 자원, 시민 휴식 공간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의 정확한 해석과 대중 친화적 콘텐츠 개발이 필수적이다. 역사의 단편적 서사 제공은 오히려 기억 왜곡과 시민 소외를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 공간 복원은 단독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 전체 맥락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인근 지역의 상업·주거 환경과의 조화, 교통 접근성, 주민 의견 수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요구된다.


3️⃣ 시민 참여와 공공 기억 공간으로서의 환구단과 정동 권역

 

역사적 공간의 의미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기억하는 것은 공공 기억의 중요한 과정이다. 환구단과 정동 권역은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공공 기억 공간’ 조성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시민 참여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서, 역사 현장 답사, 기록 영상 제작,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 기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청년층과 지역 주민, 역사 전문가, 문화예술가가 함께하는 협력 모델은 역사 공간의 생명력을 높인다. 예를 들어, 정동 일대에서 운영되는 ‘정동 근대역사길'은 이미 2021년 완공되어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환구단도 이 탐방로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다. 이는 역사 공간을 매개로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기억 공유를 실현하는 좋은 사례이다.

또한 공공 기억 공간은 역사의 다층적 서사를 담아내야 한다. 환구단이 대한제국 자주권의 상징이라는 긍정적 기억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파괴와 광복 이후의 복원 미흡이라는 비판적 역사 인식도 함께 공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은 역사적 장소가 지닌 복합적 의미를 인지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사적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역사적 공간의 활용과 복원을 위해 ‘역사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 중이며, 환구단과 정동 권역도 이 정책의 중요한 대상지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4️⃣ 미래 방향: 환구단과 정동 권역의 지속 가능한 역사문화 공간 조성

 

앞으로 환구단과 정동 권역의 가치는 단순한 유적 보존을 넘어서, 서울 시민과 국내외 방문객이 공유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미래 방향이 제안된다.

첫째, 환구단 유적의 물리적 복원과 함께, 고종의 천제 의례와 대한제국의 역사적 의미를 다양한 미디어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재현하는 디지털 역사 공간으로의 확장이다.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역사적 공간을 체험하고 교육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정동 권역 내 교육기관, 교회, 외교사절관 등 유산을 연계한 ‘대한제국의 길’(정동 근대역사길)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관한 전시 및 해설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조성된 역사 문화 산책로에 디지털 해설, 체험형 콘텐츠 등을 결합하여,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역사와 문화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콘텐츠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는 운영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와 시민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 역사문화 공간이 특정 기관이나 관공서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주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유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구단과 정동 권역이 갖는 역사적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국제적 문화 교류와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는 한국 근대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주독립의 정신을 세계 시민과 공유하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환구단과 정동 공간사④] 현대적 재해석과 도시재생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