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구려의 동맹 – 공동체를 결속시킨 추수 감사제고구려의 동맹은 단순히 수확을 마무리하는 의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를 농경 사회가 자신들의 성취를 확인하고 질서를 재편성하는 총체적 의례이자, 정치·종교·문화가 결합한 복합적 장치로 봅니다. 동맹은 제천의례와 동시에 국가적 공회(公會)를 겸하여 공동체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자리였습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은 고구려가 10월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큰 모임을 가졌다고 기록합니다. 건국 시조 동명신과 물의 여신 유화를 제사하며, 부족 대표와 왕이 함께 참여한 동맹은 공동체의 근본을 재확인하는 행사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종교와 정치가 동시에 작동했다는 것입니다. 제사 의식 속에서 왕의 권위는 하늘에 의해 공인되었고, 부족 대표들이 국정 문제를 논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