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한국사 2

덕수궁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1. 경운궁(慶運宮)에서 덕수궁(德壽宮)으로: 환구단의 여파와 황궁의 재배치1897년 환구단에서 대한제국이 선포되고 고종은 황제로 즉위하며 조선 왕조를 넘어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선언했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일본, 청나라 등 강대국 사이에서 조선이 자주국으로서 위상을 요구하는 중대한 정치적 사건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칭호 변경을 넘어 국가 주권과 근대화를 향한 의지의 표출이었다. 고종은 1896년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으로 임시 거처를 옮겼다가, 1897년 돌아와 경운궁을 황궁으로 삼았다. 경운궁은 원래 조선 후기의 작은 궁궐이었으나, 정동 일대에 자리 잡아 당시 근대 외교의 중심지와 가까웠다. 이에 따라 고종은 경운궁을 ‘근대 국가의 얼굴’로 만들고자 궁궐 내에 서양식 서재와 근대적 사무공..

환구단 이야기 2025.08.09

[광무개혁과 환구단의 세 시기①] 개혁의 제단 위에 서다

1. 환구단, 제국을 열다: 자주독립의 제천례1897년 10월 12일, 조선의 고종은 한양의 환구단(圜丘壇)에서 천제(天祭)를 집전하고 황제로 즉위하였다. 이는 곧 대한제국의 출범이자, 사대 질서로부터 완전한 이탈을 선언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환구단은 하늘에 제사 지내는 공간으로, '천자(天子)만이 제천할 수 있다'는 동아시아 질서에서 제국의 성립을 선언하는 데 필수적인 장소였다. 조선이 아닌 '대한'이라는 국호, 왕이 아닌 '황제'라는 호칭, 그리고 그 출발점에 놓인 환구단 제천례는 단순한 즉위식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한 정치적 메시지이자, 내정 개혁의 서막이었다. 환구단에서 올린 제천례는 대한제국이 스스로를 '천명(天命)을 받은 국가'로 선언하는 형식이자, 고종의 정치적 비전을 내외에 과시한 장면이..

환구단 이야기 202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