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환구단, 공간 전환의 기점이 되다1897년 10월 환구단에서 대한제국의 수립이 공식적으로 선포되면서, 단순한 정치 체제의 변화만이 아니라 국가의 공간 질서에도 중대한 전환이 일어났다. 환구단은 그 자체로 ‘천제(天祭)’를 통해 하늘의 뜻을 받들어 황제가 통치 정당성을 부여받는 장소로 기능했다. 즉위식과 제천의식이 함께 거행된 이 공간은 기존 유교적 제례 체계와는 명백히 구분되는 제국적 공간으로 재해석되었다. 그동안 종묘와 사직, 문묘 등 유교적 정치 질서의 공간이 조선 왕조의 통치 이념을 상징했다면, 환구단은 황제국 체제의 정통성과 우주적 권위를 상징하는 새로운 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후 환구단은 제례 공간으로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황제의 권위가 시공간적으로 드러나는 상징적 무대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