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외교 도시 한복판에 세운 제국의 제단1897년, 고종은 환구단을 조성하며 대한제국의 출범을 천명했다. 이는 단순한 국호 변경 이상의 의도였다. 대한제국은 스스로를 ‘자주 국가’, ‘제국’으로 선포함으로써 국제 사회에 대한 독립적 지위를 선언하고자 했다. 당시 제국이란 단순히 자국 내 통치 체제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곧 ‘세계 질서 속에서의 위상’을 의미했다. 고종은 환구단이라는 ‘하늘에 제를 올리는 제단’을 통해 자신의 제위가 천명(天命)에 기초한 정당한 황제임을 내외에 천명하고자 했다. 이 제단이 세워진 위치는 특별했다. 종묘·사직과 같은 전통 제례 공간들과 달리, 환구단은 정동—서양 열강의 공사관, 선교 시설, 외교 사절단의 중심지—한가운데 세워졌다. 이는 정치적, 외교적 신호였다. 고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