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선 세조와 환구단 제례의 잠정적 부활고려에서 이어진 원구제 전통은 조선 건국과 함께 사실상 단절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조 시기 잠시 환구단 제례가 부활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단순히 종교적 전통의 연속이 아니라,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왕권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자 합니다. 세조의 환구단 제례는 당시 조선의 사상적 기반과 국제 질서를 고려할 때 매우 예외적인 사건이었으며, 조선 의례사의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세조는 단종을 몰아내고 즉위한 군주였습니다. 정통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세조는 단순한 무력만으로 정권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환구단 제례를 거행해 하늘로부터 ‘천명’을 받았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세조실록』에는 세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