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고려 원구제: 농경 질서와 왕권을 묶은 국가 제사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환구단(圜丘壇) 제례는 조선과 대한제국 시기에 확립되었지만, 그 뿌리는 이미 고려 시대의 '원구제(圓丘祭)'에 있었습니다. 환구단은 임금이 하늘에 직접 제를 올려 황제적 권위를 드러내는 제례 공간인데, 고려 왕조 또한 왕이 친히 하늘에 제사를 올려 왕권의 정당성을 선언했습니다. 따라서 고려의 원구제는 훗날 환구단 제례로 발전하는 기반이자, 한국 제천 전통의 중요한 고리라 할 수 있습니다. 『고려사』에 따르면, 성종 2년(983년)에 원구제 의례가 처음 거행되었습니다. 임금은 정월 초하루에 '기곡제(祈穀祭)'를 올려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했고, 4월에는 '우제(雩祭)'를 지내어 단비를 청원했습니다. 두 차례의 정례 의식은 단..